[소설] 두 사람의 처음
"이번엔 제대로 해"
"어?"
"네가 다시 사귀는 걸로 하자고 했잖아"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중, 크레이그가 말했다.
"바람둥이 누명. 책임지고 벗겨주는 거지?"
이쪽을 바라보는 크레이그의 눈빛이 따갑게 느껴졌다.
"아 응!!! 그럴 거야! 잘할게! 믿어줘!"
"그럼 됐어"
"앗 그치만 크레이그!"
시야에 마을 사람들이 들어온다.
나는 크레이그의 손을 더 강한 힘으로 잡았다.
"그러려면 너도 많이 협조해 줘야 해! 진짜 연인처럼 보일 수 있게!"
"...'진짜 연인처럼'이 뭐야"
"얘기도 많이 해야 하고, 친구들 없이 둘이서만 놀기도 해야하고...
어쩌면 손 잡는 것 말고도 포, 포옹이라든지 해야할지도..."
아침에 본 부모님의 가벼운 키스가 떠올랐지만,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흐음"
괜히 말했을까. 어쩌지. 역시 싫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시선을 떨군다. 아까보다 조금 느슨해진 크레이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게 좋을까, 라고 생각한 순간,
"알았어. 자기야"
"자, 자기야?!"
"어쨌든 사이좋아 보이면 된다는 거잖아. 자, 너도 말해봐"
머릿속으로 '크레이그'와 '자기야'를 이어본다. 이건... 이건.....
"부담스러워!"
"뭐?"
그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도 부담스러워. 이상하게 얼굴이 화끈거린다.
크레이그는 무언가 말을 고르는 듯하다가, 앞을 보더니, 내 손을 잡아끌었다.
"자기야, 초록불이야. 일단 가자"
"악!"
정말 믿어도 되는 거겠지, 그렇게 말하며 크레이그는 작게 웃었다.
나는 뺨의 열기가 가라앉기를 바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저 크레이그의 손을 세게 쥘 뿐이었다.
이상해. 시야에 크레이그밖에 들어오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같은 세기로 맞잡아오는 손.
그 온기를 느끼며, 우리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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